이번에 올라가는 두 번째 로컬 편 인터뷰를 끝으로 소도시 창업 인터뷰가 마무리된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나도 공장공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라는 단어 앞에 지난 1년의 여러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도 주말도 없이 치열하게 보냈던 나날, 1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밥하고 청소하며 자신을 돌보았던 시간, 사소한 말에 웃고 울던 마음 같은 것들이 말이다.
나는 과연 로컬에 오길 잘한 걸까? 이 경험이 어떻게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꿔놓을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오길 잘한 것 같다. 로컬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었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실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교육 운영, 공간 정비와 기획 등 뜻하지 않게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경험하면서 낯선 영역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닥치면 하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실패도 자산이고, 자산이 쌓이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한 편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제안 받았는데 냉큼 하겠다고 했다. 1년의 시간 만큼 키가 큰 느낌이다.
소도시 창업 인터뷰에서 공장공장의 박명호 대표는 '하고 싶은 나만의 일이 있는 사람에게 로컬은 기회다'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했다. 본인 역시 '내 일'을 하고 싶어서 로컬을 선택했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목포라는 불모지에 깃발을 꽂았다. 짧다면 짧은 경험이었지만, 나에게도 로컬은 기회였다. 지금은 로컬을 떠나지만 진짜 내가 펼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확고해지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 기회의 땅, 로컬에.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지금까지 소도시에서 창업한 이야기를 쭉 들어 왔는데요, 때로는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내용이 많았거든요(웃음). 저 같으면 목포를 떠나고 싶었을 것 같은데,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 아직 떠날만한 결정적인 사건은 없었어요. ‘진짜 하면 안 되는 일’을 하지도 않았고요. 돈을 안 주거나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일들이요. 최악을 겪지 않아서 이어갈 수 있었어요.
만약 목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디에서 일하고 싶으세요?
▶︎ 로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지역을 다니게 되는데 최근에는 강릉이나 부산, 하동 쪽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목포랑 환경은 비슷한데 조금 더 기회가 많은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기회가 많다고 느껴지셨나요?
▶︎ 우선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인지도가 있고, 덕분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재가 모여있고 협업할 사람이 많은 건 큰 장점이거든요.
부산에서도 진행했던 ‘괜찮아마을’ 설명회
여러 지역을 다녀보셨다니 궁금해지는데요, 정착할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뭘까요?
▶︎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지역의 특성이 나와 맞는지 알 수 있거든요. 특히 그 지역의 어떤 점이 나에게 ‘최악’이라면 그쪽으로 가면 안 되겠죠. 저는 제주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교통편이 불편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게 저에게는 견디기 힘든 점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목포에서 일할 것 같으세요?
▶︎ 사실 저에게는 지역이 크게 의미가 없어요. 다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업적인 생태계가 구축된 모습이 궁금해서 여전히 여기에 있는 거거든요.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교육, 여행 이런 게 다 있는 가상의 사회가 생겼을 때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무척 궁금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장공장은 목포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등 공간 기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왔어요.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괜찮아마을’도 초기에는 공간 기반 비즈니스로 기획되었고요. 다른 로컬 기업도 공간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 공간은 당장 돈이 되거든요. 투자를 받아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당장 돈이 되는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죠. 그리고 지역에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를 만들었다.
공간을 구축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야 돈이 될 텐데요, 사람들이 로컬에 관심을 갖고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역량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역량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또 사람이 모이거든요. 그러면 기회가 생기고, 시장이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비즈니스가 되는데 이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조금 더 단기적이고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도 있을까요?
▶︎ 브랜드를 만드는 걸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가설을 세우고 일을 해왔는데요, 조금씩 검증이 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로컬에 사람을 모으는 조금 더 빠른 방법은 없나요?
▶︎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걸 추천해요.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던 오래된 여관 ‘우진장’을 스테이로 만들려고 했던 이유가 팝업 프로젝트 때문이었거든요. 과거에 ‘우진장’에서 진행했던 팝업 프로젝트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건물이 너무 노후되어서 참가비를 비싸게 받을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프로젝트가 돈이 안 되고 결국 사업화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공간만 정비하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고 ‘우진장’을 고쳐서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고 있어요. ‘우진장’이 브랜드가 되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돈은 되더라고요.
오래된 여관 ‘우진장’은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가 되었다.
로컬에 사람을 모으는 일은 몇몇 개인이나 기업의 힘으로만 가능하지는 않을 텐데, 공공 섹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공공에서는 플레이어를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역을 줄 때 예산이나 과업 목표, 금지 사항 같은 굵직한 요건들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요. 어떤 공공에서는 세부적인 과업 내용, 디자인, 이름, 콘셉트 등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는데 그런 일은 전문가인 민간에게 맡기면 더 잘할 수 있거든요.
반면에 민간 섹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민간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불특정 다수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자원을 연결해주는 거죠. 로컬에는 변화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이 필요하거든요.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고 스케일업할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거죠.
지금까지 봐오셨던 로컬 플레이어들이 많은 만큼 좋은 로컬 비즈니스 사례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좋은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면 뭘까요?
▶︎ 우선 브랜딩에 관심 있는 팀이 많았어요. 그리고 팀을 꾸려서 스케일업하려고 하죠. 기본적으로 밥벌이는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을 만들어갈 여력이 있기도 하고요.
그 사례들을 통해 얻었던 인사이트가 있으실까요?
▶︎ 지역성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 인사이트 있었어요. 자신들이 있는 지역의 특징, 바다 같은 주변 자연환경, 사람들이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 대상 같은 걸 비즈니스에 잘 활용하더라고요.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컬 플레이어들
로컬이 수도권의 주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특징을 살려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흐름이 형성되었을 것 같은데요, 목포에 처음 왔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로컬에는 어떤 변화가 생겨났나요?
▶︎ 처음에는 ‘로컬’이나 ‘로컬 크리에이터’란 단어가 없었어요. 지금은 단어가 생겨났고 정의되는 시기죠.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는 혼란스러움도 있고요. 공공과 민간에서 로컬을 향한 투자 흐름도 생겨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투자하거나 100억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기도 하죠. 그만큼 로컬에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로컬에 생태계가 생겨나고, 선택지가 늘어나고, 경쟁과 협업의 주체가 많아지고 있어요.
로컬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로컬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 이제 로컬 비즈니스는 ‘모험’의 영역에서 ‘힙함’의 영역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창의적인 플레이어가 지역에서 활동하고, 이들이 사람을 모으는 ‘힙함’이요. 마치 성수동처럼요.
힙한 느낌의 골목 한 컷(성수동이 아니라 치앙마이인 건 안 비밀)
점점 힙해지는 로컬에 어떤 사람이 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뭔가를 내 손으로 펼쳐보고 싶은 사람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내가 배우고 쌓아왔던 걸 펼칠 방법이 없거든요. 하는 사람이 많으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 갖지 않고 뭔가를 하려고 하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희는 로컬에서 적은 돈으로 해냈잖아요. 로컬은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로컬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어요.
기회를 찾아 로컬 창업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 지역에 가는 것에만 집중해서 정작 어떤 일을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떤 비즈니스로 창업할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게 필요해요. 혼자보다는 팀을 꾸려서 일하는 게 좋은데 그래야 오래 일할 수 있고 좋은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죠. ‘로컬 선배’를 확보해서 정보를 공유 받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에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거예요. 브랜드가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소도시 창업 인터뷰를 해오면서 어떠셨는지 소감 한 말씀 듣고 마무리할게요.
▶︎ 늘 여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마음먹고 기록을 통해 이야기를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기록이 중요한 건 아는데 여력이 없다 보니 늘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마지막까지 오긴 했네요. 인터뷰하고 글 작성하느라 혜원 씨가 고생이 많았어요. 저는 그 글들을 보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여러 번 다짐했죠. 기록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지만, 공장공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약속의 의미에서도 힘이 되어주었던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찾아 로컬에 왔고, 버티면서 기회를 만들어온 소도시 창업 이야기를 아홉 번에 걸쳐 들어봤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로컬에 기회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답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로컬,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되네요!
이번에 올라가는 두 번째 로컬 편 인터뷰를 끝으로 소도시 창업 인터뷰가 마무리된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나도 공장공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라는 단어 앞에 지난 1년의 여러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도 주말도 없이 치열하게 보냈던 나날, 1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밥하고 청소하며 자신을 돌보았던 시간, 사소한 말에 웃고 울던 마음 같은 것들이 말이다.
나는 과연 로컬에 오길 잘한 걸까? 이 경험이 어떻게 내 인생의 항로를 바꿔놓을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오길 잘한 것 같다. 로컬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었는데 그 두 가지를 모두 실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교육 운영, 공간 정비와 기획 등 뜻하지 않게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경험하면서 낯선 영역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닥치면 하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실패도 자산이고, 자산이 쌓이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한 편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제안 받았는데 냉큼 하겠다고 했다. 1년의 시간 만큼 키가 큰 느낌이다.
소도시 창업 인터뷰에서 공장공장의 박명호 대표는 '하고 싶은 나만의 일이 있는 사람에게 로컬은 기회다'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했다. 본인 역시 '내 일'을 하고 싶어서 로컬을 선택했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목포라는 불모지에 깃발을 꽂았다. 짧다면 짧은 경험이었지만, 나에게도 로컬은 기회였다. 지금은 로컬을 떠나지만 진짜 내가 펼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확고해지면 다시 찾아오고 싶다. 기회의 땅, 로컬에.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지금까지 소도시에서 창업한 이야기를 쭉 들어 왔는데요, 때로는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지치는 내용이 많았거든요(웃음). 저 같으면 목포를 떠나고 싶었을 것 같은데,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으셨어요?
▶︎ 아직 떠날만한 결정적인 사건은 없었어요. ‘진짜 하면 안 되는 일’을 하지도 않았고요. 돈을 안 주거나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일들이요. 최악을 겪지 않아서 이어갈 수 있었어요.
만약 목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디에서 일하고 싶으세요?
▶︎ 로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지역을 다니게 되는데 최근에는 강릉이나 부산, 하동 쪽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목포랑 환경은 비슷한데 조금 더 기회가 많은 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기회가 많다고 느껴지셨나요?
▶︎ 우선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 인지도가 있고, 덕분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재가 모여있고 협업할 사람이 많은 건 큰 장점이거든요.
부산에서도 진행했던 ‘괜찮아마을’ 설명회
여러 지역을 다녀보셨다니 궁금해지는데요, 정착할 지역을 선정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뭘까요?
▶︎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지역의 특성이 나와 맞는지 알 수 있거든요. 특히 그 지역의 어떤 점이 나에게 ‘최악’이라면 그쪽으로 가면 안 되겠죠. 저는 제주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교통편이 불편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게 저에게는 견디기 힘든 점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목포에서 일할 것 같으세요?
▶︎ 사실 저에게는 지역이 크게 의미가 없어요. 다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업적인 생태계가 구축된 모습이 궁금해서 여전히 여기에 있는 거거든요.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교육, 여행 이런 게 다 있는 가상의 사회가 생겼을 때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무척 궁금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장공장은 목포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 등 공간 기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왔어요.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괜찮아마을’도 초기에는 공간 기반 비즈니스로 기획되었고요. 다른 로컬 기업도 공간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 공간은 당장 돈이 되거든요. 투자를 받아 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당장 돈이 되는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죠. 그리고 지역에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코워킹스페이스, 식당, 스테이를 만들었다.
공간을 구축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야 돈이 될 텐데요, 사람들이 로컬에 관심을 갖고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역량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역량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또 사람이 모이거든요. 그러면 기회가 생기고, 시장이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비즈니스가 되는데 이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조금 더 단기적이고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도 있을까요?
▶︎ 브랜드를 만드는 걸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가설을 세우고 일을 해왔는데요, 조금씩 검증이 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로컬에 사람을 모으는 조금 더 빠른 방법은 없나요?
▶︎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걸 추천해요.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던 오래된 여관 ‘우진장’을 스테이로 만들려고 했던 이유가 팝업 프로젝트 때문이었거든요. 과거에 ‘우진장’에서 진행했던 팝업 프로젝트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건물이 너무 노후되어서 참가비를 비싸게 받을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프로젝트가 돈이 안 되고 결국 사업화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공간만 정비하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고 ‘우진장’을 고쳐서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고 있어요. ‘우진장’이 브랜드가 되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돈은 되더라고요.
오래된 여관 ‘우진장’은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가 되었다.
로컬에 사람을 모으는 일은 몇몇 개인이나 기업의 힘으로만 가능하지는 않을 텐데, 공공 섹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공공에서는 플레이어를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역을 줄 때 예산이나 과업 목표, 금지 사항 같은 굵직한 요건들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요. 어떤 공공에서는 세부적인 과업 내용, 디자인, 이름, 콘셉트 등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는데 그런 일은 전문가인 민간에게 맡기면 더 잘할 수 있거든요.
반면에 민간 섹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민간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불특정 다수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자원을 연결해주는 거죠. 로컬에는 변화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이 필요하거든요.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고 스케일업할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거죠.
지금까지 봐오셨던 로컬 플레이어들이 많은 만큼 좋은 로컬 비즈니스 사례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좋은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면 뭘까요?
▶︎ 우선 브랜딩에 관심 있는 팀이 많았어요. 그리고 팀을 꾸려서 스케일업하려고 하죠. 기본적으로 밥벌이는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을 만들어갈 여력이 있기도 하고요.
그 사례들을 통해 얻었던 인사이트가 있으실까요?
▶︎ 지역성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 인사이트 있었어요. 자신들이 있는 지역의 특징, 바다 같은 주변 자연환경, 사람들이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 대상 같은 걸 비즈니스에 잘 활용하더라고요.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컬 플레이어들
로컬이 수도권의 주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특징을 살려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흐름이 형성되었을 것 같은데요, 목포에 처음 왔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로컬에는 어떤 변화가 생겨났나요?
▶︎ 처음에는 ‘로컬’이나 ‘로컬 크리에이터’란 단어가 없었어요. 지금은 단어가 생겨났고 정의되는 시기죠.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는 혼란스러움도 있고요. 공공과 민간에서 로컬을 향한 투자 흐름도 생겨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투자하거나 100억 규모의 사업이 진행되기도 하죠. 그만큼 로컬에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로컬에 생태계가 생겨나고, 선택지가 늘어나고, 경쟁과 협업의 주체가 많아지고 있어요.
로컬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로컬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 이제 로컬 비즈니스는 ‘모험’의 영역에서 ‘힙함’의 영역으로 옮겨갈 것 같아요. 창의적인 플레이어가 지역에서 활동하고, 이들이 사람을 모으는 ‘힙함’이요. 마치 성수동처럼요.
힙한 느낌의 골목 한 컷(성수동이 아니라 치앙마이인 건 안 비밀)
점점 힙해지는 로컬에 어떤 사람이 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뭔가를 내 손으로 펼쳐보고 싶은 사람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내가 배우고 쌓아왔던 걸 펼칠 방법이 없거든요. 하는 사람이 많으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 갖지 않고 뭔가를 하려고 하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희는 로컬에서 적은 돈으로 해냈잖아요. 로컬은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로컬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어요.
기회를 찾아 로컬 창업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 지역에 가는 것에만 집중해서 정작 어떤 일을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어떤 비즈니스로 창업할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게 필요해요. 혼자보다는 팀을 꾸려서 일하는 게 좋은데 그래야 오래 일할 수 있고 좋은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죠. ‘로컬 선배’를 확보해서 정보를 공유 받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에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거예요. 브랜드가 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디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소도시 창업 인터뷰를 해오면서 어떠셨는지 소감 한 말씀 듣고 마무리할게요.
▶︎ 늘 여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마음먹고 기록을 통해 이야기를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기록이 중요한 건 아는데 여력이 없다 보니 늘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마지막까지 오긴 했네요. 인터뷰하고 글 작성하느라 혜원 씨가 고생이 많았어요. 저는 그 글들을 보며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여러 번 다짐했죠. 기록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지만, 공장공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약속의 의미에서도 힘이 되어주었던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찾아 로컬에 왔고, 버티면서 기회를 만들어온 소도시 창업 이야기를 아홉 번에 걸쳐 들어봤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로컬에 기회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답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로컬,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되네요!
✧ 부록 ㅣ 그날의 노트
2020년 2월 10일 by.박명호
지방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또렷하게 벌면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스타트업이 지방에서 나타나야 한다. 사회적 가치나 지방에서 일을 하는 자체만으로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더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지방이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스스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더 나은 지방 기반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자원을 내어놓고 아낌없는 관심과 투자를 보내야 '소멸 위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도록, 그들이 돈을 지방에서 벌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신, 아직 지방이 가진 기회를 발굴하고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드문 지금, 지금이 곧 기회이니 움직여라. 단,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당신은, 서울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당신이어야 한다. 지방 사람들 생계를 뒤흔들고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발굴하고 개척해서 어차피 할 일 제대로 하자. 지방에서 돈을 벌고 이 외롭고 혼란한 시기에 지방춘추전국시대를 함께 열자.
출처 : 이로운넷 ‘[로컬에서 온 편지] 10. 지방에서 돈 벌고 싶은 당신에게’ 기사(링크) 중 발췌
지방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또렷하게 벌면서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스타트업이 지방에서 나타나야 한다. 사회적 가치나 지방에서 일을 하는 자체만으로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더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지방이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스스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더 나은 지방 기반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자원을 내어놓고 아낌없는 관심과 투자를 보내야 '소멸 위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도록, 그들이 돈을 지방에서 벌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신, 아직 지방이 가진 기회를 발굴하고 제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드문 지금, 지금이 곧 기회이니 움직여라. 단, 지방에서 돈을 벌고 싶은 당신은, 서울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당신이어야 한다. 지방 사람들 생계를 뒤흔들고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발굴하고 개척해서 어차피 할 일 제대로 하자. 지방에서 돈을 벌고 이 외롭고 혼란한 시기에 지방춘추전국시대를 함께 열자.
출처 : 이로운넷 ‘[로컬에서 온 편지] 10. 지방에서 돈 벌고 싶은 당신에게’ 기사(링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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